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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09 D-WAR (20)
- 2007/01/10 [영화] 어스시의 마법사 (13)
- 2006/08/25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16)
- 2006/08/13 헨리 5세 (27)
- 2006/04/09 파이어플라이(firefly), 세레니티 (Serenity) (12)
- 2006/03/05 같은 노래, 다른 가사 5 (8)
- 2006/01/24 노트르담 드 빠리 (12)
- 2006/01/04 Dragon's World (20)
- 2005/08/12 콘스탄틴 (9)
요즘 뭐하고 살았나, 근황 1편.
영화 <디워>에 대한 정보에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습니다만.
<디워 프리히스토리> 작업을 했었습니다.
프리 히스토리 라는 게 좀 이상한 단어죠?
Pre-History라고. 말하자면 디워의 영화 스토리 이전의 세계관을 시놉시스 형태로 정리한 이야깁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영화 디워와는 좀 다른 별책 부록 '';; 같은 거라고 해야할까요.
이 작업을 하게 된건, 영화가 마지막 편집 다듬기 작업을 할때쯤이었으니까,
제가 영화 디워 스토리에 관여한 바는 전혀 없지요.
이미 시나리오와 영화의 제모습이 거의 다 완성되어간 때니까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디워 제작팀 자체내에서 통용되는 프리히스토리의 맹아라고 해야 하나, 설정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존재하고 있었던 거고. (수년간 제작을 해온 작품에 그런게 없을리가요) 그걸 외부에 내보일 수 있는 이야기 형태로 재조립하는 작업이 제가 끼어든 영역입니다. 작가로서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윤문가, 윤색가로서의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작업에 대해서 실제 참여해본 일이 없는 분들에겐 이상한 경우로 보이겠지만, 사실 이런 일이 아주 드물지는 않습니다. 두번쯤 이런 식의 역할을 맡아봤네요. 게임이나, 영화 등 스토리 이외의 요소들이 아주 많은 큰 작업물이 완성단계에 이를 때, 작업 초창기에는 엉성한 구조만으로도 충분히 참여자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스로 작용하던 이야기소를 작업 말미에 소방수(..)를 투입하여 좀 그럴싸하게 만들어내는 작업이죠.
이런건 일종의, 한 작품을 둘러싼 창세신화라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창세신화가 세상이 창조될 때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세상이 제 모습을 다 갖추고 그 세상의 존재들이 세상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품으면서 그 답으로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닮았지요. 아마 그 정도 규모에 긴 시간이 투여된 작품인 만큼,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서로 조금씩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창세신화가 감돌고 있었을 거고. 저는 제공된 몇가지 소스를 통해 그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역할만 한 셈이네요.
원래 디워 팀이 가지고 있던 프리히스토리의 맹아가 있었고,
제가 좀 신화적인 분위기로 정리한 프리히스토리의 첫 버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작팀(정확히는 제게 일을 의뢰한 배급사측)에서 원한 건 신화적인 분위기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좀 더 SF 분위기를 풍기면서 게임과 만화를 닮은 스토리였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동일한 이야기소에 게임과 만화의 스킨 (...)을 입혀 재구성한 것이 현재의
프리히스토리입니다.
사실 이 결과물이 어디에 얼만큼 소용이 될지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걸 아는건 제작팀이겠죠.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몫도 그렇구요.
어쨌거나, 얼핏 듣기로 어디 홍보자료에 그 프리히스토리가 실렸다고 들었고요.
www.d-war.com 사이트에 가시면 다운로드 항목의 스페셜 에디션에서,
이 프리히스토리가 수록된 pdf 파일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덧: ... 그나저나 스페셜 에디션을 보니 목차 중 제 필명 앞에 SF 작가라고 써있군요 (...)
영화 <디워>에 대한 정보에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습니다만.
<디워 프리히스토리> 작업을 했었습니다.
프리 히스토리 라는 게 좀 이상한 단어죠?
Pre-History라고. 말하자면 디워의 영화 스토리 이전의 세계관을 시놉시스 형태로 정리한 이야깁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영화 디워와는 좀 다른 별책 부록 '';; 같은 거라고 해야할까요.
이 작업을 하게 된건, 영화가 마지막 편집 다듬기 작업을 할때쯤이었으니까,
제가 영화 디워 스토리에 관여한 바는 전혀 없지요.
이미 시나리오와 영화의 제모습이 거의 다 완성되어간 때니까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디워 제작팀 자체내에서 통용되는 프리히스토리의 맹아라고 해야 하나, 설정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존재하고 있었던 거고. (수년간 제작을 해온 작품에 그런게 없을리가요) 그걸 외부에 내보일 수 있는 이야기 형태로 재조립하는 작업이 제가 끼어든 영역입니다. 작가로서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윤문가, 윤색가로서의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작업에 대해서 실제 참여해본 일이 없는 분들에겐 이상한 경우로 보이겠지만, 사실 이런 일이 아주 드물지는 않습니다. 두번쯤 이런 식의 역할을 맡아봤네요. 게임이나, 영화 등 스토리 이외의 요소들이 아주 많은 큰 작업물이 완성단계에 이를 때, 작업 초창기에는 엉성한 구조만으로도 충분히 참여자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스로 작용하던 이야기소를 작업 말미에 소방수(..)를 투입하여 좀 그럴싸하게 만들어내는 작업이죠.
이런건 일종의, 한 작품을 둘러싼 창세신화라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창세신화가 세상이 창조될 때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세상이 제 모습을 다 갖추고 그 세상의 존재들이 세상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품으면서 그 답으로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닮았지요. 아마 그 정도 규모에 긴 시간이 투여된 작품인 만큼,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서로 조금씩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창세신화가 감돌고 있었을 거고. 저는 제공된 몇가지 소스를 통해 그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역할만 한 셈이네요.
원래 디워 팀이 가지고 있던 프리히스토리의 맹아가 있었고,
제가 좀 신화적인 분위기로 정리한 프리히스토리의 첫 버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작팀(정확히는 제게 일을 의뢰한 배급사측)에서 원한 건 신화적인 분위기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좀 더 SF 분위기를 풍기면서 게임과 만화를 닮은 스토리였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동일한 이야기소에 게임과 만화의 스킨 (...)을 입혀 재구성한 것이 현재의
프리히스토리입니다.
사실 이 결과물이 어디에 얼만큼 소용이 될지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걸 아는건 제작팀이겠죠.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몫도 그렇구요.
어쨌거나, 얼핏 듣기로 어디 홍보자료에 그 프리히스토리가 실렸다고 들었고요.
www.d-war.com 사이트에 가시면 다운로드 항목의 스페셜 에디션에서,
이 프리히스토리가 수록된 pdf 파일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덧: ... 그나저나 스페셜 에디션을 보니 목차 중 제 필명 앞에 SF 작가라고 써있군요 (...)
예전에 어디선가 어스시의 마법사 실사판 (...)이 존재한다는 풍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번에 발견한 물건이 바로 그놈이 아닌가 싶습니다. 
발견한 곳은 곰TV 무료영화 채널! 상/하 두 편인데 상편은 무료로, 하편은 유료로 게시되어 있습니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의식한 탓인지 제목은 게드전기 - 어스시의 마법사라고 되어 있어요.
오, 그런데 이거 참 .... 물건이었습니다. -_-b 일단 음악도 괜찮고, 무엇보다 어스시 3부작의 각색이 훌륭합니다. 영화 한편 안에 그 내용이 제대로 드라마틱하게 꼭꼭 들어찼어요. 게다가 르귄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무려(!) 메이저한 내러티브를 충실하게 (...) 구현하고 있습니다. 볼거리가 많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성장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원작에 충실한 것 같기도 하고요.
단지 한 가지 흠이 있다면 (!) -ㅁ- ... 게드가 너무 삭았어요. orz 어찌 보면 호빗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 추천작입니다. ^^b

발견한 곳은 곰TV 무료영화 채널! 상/하 두 편인데 상편은 무료로, 하편은 유료로 게시되어 있습니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의식한 탓인지 제목은 게드전기 - 어스시의 마법사라고 되어 있어요.
오, 그런데 이거 참 .... 물건이었습니다. -_-b 일단 음악도 괜찮고, 무엇보다 어스시 3부작의 각색이 훌륭합니다. 영화 한편 안에 그 내용이 제대로 드라마틱하게 꼭꼭 들어찼어요. 게다가 르귄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무려(!) 메이저한 내러티브를 충실하게 (...) 구현하고 있습니다. 볼거리가 많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성장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원작에 충실한 것 같기도 하고요.
단지 한 가지 흠이 있다면 (!) -ㅁ- ... 게드가 너무 삭았어요. orz 어찌 보면 호빗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 추천작입니다. ^^b
브리짓 바르도의 영화다. 이 프랑스 여배우는 주로 개고기와 관련된 안좋은 이야기로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 세계의 3대 섹스 심볼로 제일 먼저 그녀의 이름을 접했었다. 그 세명은 재미있게도 이름과 성의 이니셜이 같아서 각각 M.M (마릴린 먼로), G.G (그레타 가르보), B.B (브리짓 바르도)라고 불렸다. (고 나는 기억했는데, G.G가 아니라 C.C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였단다)
영화 내용은 평범하다. 한 작은 어촌에 살던 너무 예쁜 18세의 고아 아가씨가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는 이야기다. 사실 줄거리 보자고 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직 브리짓 바르도를 보기 위한 영화다. 이 영화의 개봉 당시 카피는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그러나 악마는 브리짓 바르도를 창조했다." 였다고 한다. 오직 한 여배우를 위한 영화. 백문이 불여일견.
영화 도입부에, 줄리엣(브리짓 바르도)은 빨래줄 건너편에서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빨래 밖으로 나온 그녀의 발을 보고 남자가 말한다.
"여왕의 발을 가지구 있군."
그 다음에, 하얀 리넨천 건너편 B.B의 전라가 보이고, 잠시 후 그녀가 일어선다.
"여왕의 발을 가지구 있군."
그 다음에, 하얀 리넨천 건너편 B.B의 전라가 보이고, 잠시 후 그녀가 일어선다.
음, 다시 봐도 참으로 어여쁜 그림들이다. -_-b

요새 영화를 좀 봐야할 필요가 생겼다. 그런데 TV는 하루종일 좌백이 낚시채널이나 게임채널에 고정시켜놓고 독차지다. (쳇... 역시 TV는 주부의 소유물이야... -3- ) 그래서, 좌백이 추천해준 곰TV를 이용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영상포탈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워, 이게 물건이었다. 덕분에 지난 1년간 본 것보다 더 많은 영화를 한꺼번에 몰아보게 되었는데...
그중 건진 작품은 헨리 5세.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연/감독한 세익스피어원작의 영국 사극이다. 세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을 쓴 즈음에 헨리 4세 1,2부와 헨리 5세를 썼다. 이 헨리 4,5세 3부작은 실제로 읽지는 않았지만 매우 익숙한 텍스트다. 왜냐하면, 학창시절에 읽었던 <셰익스피어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라는 책에서 세익스피어를 제대로 읽는 분석 방법의 예로 든 작품 중에 바로 헨리4세 1,2부작과 헨리 5세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점은, 연극에서 영화로 변하는 '세익스피어'를 그야말로 화끈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에, 카메라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테임즈강 유역에 설치된 당시의 '극장'을 보여준다. 아마도 세익스피어극이 가장 많이 공연된 글로브 극장 (일명 지구좌)을 재현한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그림자료가 남아있는 백조극장 쪽을 더 많이 참고한게 아닐까 싶다.
깃발이 올라가고, 엘리자베스 시대의 '관객'들이 극장 안으로 들어온다. 시끄럽게 떠들고 인사도 나누고 그러면서 객석에 자리를 잡는다. 보통 이른 오후에 공연을 했으니,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암전' 같은 것은 없다.떠들어대는 관객들의 주의를 단숨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련한 배우가 처음에 나와 관객들을 사로잡거나, 아니면 유령 등장이나 결투 같은 충격적인 장면이 초반에 배치되어야 한다. 학창시절에 배운대로 말하자면, '시끄러운 장면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었던 셈이다.
서사역의 배우가 잠깐 나와 극 도입부를 해설하는데,
"이 좁은 극장에 어찌 양대국의 거대한 군세가 충돌하는 장면을 옮겨올 수 있으리오. 그러니 관객 여러분. 상상력을 발휘하십시오. 당신들의 상상에 따라 이곳은 말들이 발굽을 울리며 달리는 전장이 되고 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해협이 되기도 하고 화려한 궁정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켄터베리 대주교와 주교가 등장해 근엄하고 익살스러운 밀담을 나눈다.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그들의 왕 헨리 5세에 대한 평가다. 헨리 5세는 아버지 헨리 4세가 살아있을 대 '할 왕자'로 불렸던 인물인데 그때는 아주 난봉꾼에 망나니 아들로 평이 안 좋았다. 폴스타프라는 망나니 친구와 노상 어울려 다니며 아버지의 속을 썩였더랬는데 사실 보통 난봉꾼은 아니고 나름대로 꿍꿍이가 있는 왕자였다.
헨라 4세의 끝부분에서 할 왕자는 망나니 친구 폴스타프를 내치고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을 받기 시작하고, 그 다음 작품인 헨리 5세에서는 이 변화가 얼마나 성공적이고 놀라운 것이었는지를 대주교와 주교가 입모아 칭송하는데, 그 배우들이 '폴스타프 마저도 내치시고!' 라고 하자 관객석에서는 '오, 폴스타프'하면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전작인 헨리4세에서 폴스타프는 익살스럽고 사랑스러운 악당역이었기에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점을 '마치 그 시대의 관객들처럼' 재현한 것이다.
영화 앞부분은 그대로, 엘리자베스 시대의 극장에서 상연되는 헨리 5세의 앞부분을 재현한다. 공연 중에 비가 쏟아져 뜨락의 관객들이 지붕이 있는 곳으로 피하느라고 소란스러운 장면까지도 복사한다. 그렇게 '연극'을 보여주던 이 영화는, 헨리가 프랑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부터 '영화'로 변신한다. 극의 서두를 장식했던 해설자가 다시 한 번 말한다. <상상력을 발휘하십시오> 그러자, 무대는 실제의 바다가 되고, 함대 위가 되고, 프랑스 땅이 되는 것이다.
영화 초입에 해설자 역의 배우는 '이제부터 시작될 연극을 잘 들어 주시고'라고 말하는데 오역일지도 모르지만 의미심장하다. 프랑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로렌스 올리비에의 대사는 너무나 음악적이라서 듣고 있는 동안 관객은 숨을 죽이고 높이 치솟았다가 나지막하게 속삭이고, 다시 우렁차게 외쳐지는 그의 대사에 귀를 기울이다가 딱 맞는 순간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영화의 마지막은 다시 연극무대로 돌아와 맺어지는데,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세익스피어의 대본은 역시 무대용 언어다' 라는 것이다. 시적인 운율과 익살 때문에도 그러하지만,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압축적인 갈등이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영상언어 속에서는 어쩐지 맥을 잃더라.
연극으로 처리한 앞부분이 너무 훌륭해서, 저런 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를 다 제작한 세익스피어 영상 전집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9월 14일까지 곰TV에서 무료상영합니다. 관심있는분은 보세요! >.<
그중 건진 작품은 헨리 5세.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연/감독한 세익스피어원작의 영국 사극이다. 세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을 쓴 즈음에 헨리 4세 1,2부와 헨리 5세를 썼다. 이 헨리 4,5세 3부작은 실제로 읽지는 않았지만 매우 익숙한 텍스트다. 왜냐하면, 학창시절에 읽었던 <셰익스피어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라는 책에서 세익스피어를 제대로 읽는 분석 방법의 예로 든 작품 중에 바로 헨리4세 1,2부작과 헨리 5세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점은, 연극에서 영화로 변하는 '세익스피어'를 그야말로 화끈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에, 카메라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테임즈강 유역에 설치된 당시의 '극장'을 보여준다. 아마도 세익스피어극이 가장 많이 공연된 글로브 극장 (일명 지구좌)을 재현한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그림자료가 남아있는 백조극장 쪽을 더 많이 참고한게 아닐까 싶다.
원래 세익스피어 시대에는 민간을 위한 연극 공연이라는 것이 대부분 '여관' 마당에서 상연되었다. 여관의 구조는 일종의 사합원 저택과 같다. 네 개의 벽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내원이 있어서, 그 중 한쪽 벽이 무대가 되고, 세 벽과 가운데 뜨락이 관객석이 된다. 객석측 발코니에도 관객이 꽉 들어차서, 이것이 오늘날 오페라 극장같은 곳에서 보이는 '박스'의 원형이 되었다고 한다.
런던 시장이 시내에서 공연을 금지하는 바람에 많은 극단들은 테임즈강을 건너 교외에 전용 극장을 설립하는데, 이때 만들어진 극장들도 원래 공연하던 버릇대로 '여관' 구조를 사용했다고 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극장 앞에는 관객들이 잔뜩 줄지어 있었고, 공연 시작을 알릴 때는 극장 지붕에 깃발을 게양했다고 한다. 영화 <헨리 5세>는 바로 이런 장면부터 재현한다.
런던 시장이 시내에서 공연을 금지하는 바람에 많은 극단들은 테임즈강을 건너 교외에 전용 극장을 설립하는데, 이때 만들어진 극장들도 원래 공연하던 버릇대로 '여관' 구조를 사용했다고 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극장 앞에는 관객들이 잔뜩 줄지어 있었고, 공연 시작을 알릴 때는 극장 지붕에 깃발을 게양했다고 한다. 영화 <헨리 5세>는 바로 이런 장면부터 재현한다.
깃발이 올라가고, 엘리자베스 시대의 '관객'들이 극장 안으로 들어온다. 시끄럽게 떠들고 인사도 나누고 그러면서 객석에 자리를 잡는다. 보통 이른 오후에 공연을 했으니,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암전' 같은 것은 없다.떠들어대는 관객들의 주의를 단숨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련한 배우가 처음에 나와 관객들을 사로잡거나, 아니면 유령 등장이나 결투 같은 충격적인 장면이 초반에 배치되어야 한다. 학창시절에 배운대로 말하자면, '시끄러운 장면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었던 셈이다.
서사역의 배우가 잠깐 나와 극 도입부를 해설하는데,
"이 좁은 극장에 어찌 양대국의 거대한 군세가 충돌하는 장면을 옮겨올 수 있으리오. 그러니 관객 여러분. 상상력을 발휘하십시오. 당신들의 상상에 따라 이곳은 말들이 발굽을 울리며 달리는 전장이 되고 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해협이 되기도 하고 화려한 궁정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켄터베리 대주교와 주교가 등장해 근엄하고 익살스러운 밀담을 나눈다.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그들의 왕 헨리 5세에 대한 평가다. 헨리 5세는 아버지 헨리 4세가 살아있을 대 '할 왕자'로 불렸던 인물인데 그때는 아주 난봉꾼에 망나니 아들로 평이 안 좋았다. 폴스타프라는 망나니 친구와 노상 어울려 다니며 아버지의 속을 썩였더랬는데 사실 보통 난봉꾼은 아니고 나름대로 꿍꿍이가 있는 왕자였다.
'일명경인 一鳴驚人' 고사와 유사한 맥락이다. 초나라 장왕이 즉위 3년 동안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고 정사를 처리하지도 않자 우사마가 장왕에게 묻기를 '큰 새 한 마리가 남쪽 언덕에 떨어져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데, 이게 무슨 새일까요?' 그러자 장왕 대답하기를 '3년 동안 날개를 펴지 않음은 날개를 키우려는 것이며,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음은 백성의 태도를 살피려는 것이다. 그 새가 날지 않는다 해도 한 번 날으면 하늘을 꿰뚫을 것이요, 울지 않는다 해도 한 번 울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라고 했다. 반년후 장왕은 직접 정사를 처리하기 시작해 열가지 악습을 없애고 아홉가지 항목을 시행했으며, 다섯명의 대신을 죽이고 여섯명의 처사를 등용하여 나라를 잘 다스렸다. 그리고 군사를 일으켜 서주에서 제나라를 물리쳤고, 형옹에서 진나라를 격파했으며 송나라에서 제후들을 모이게 하니, 이로써 천하를 다스리게 되었다.
헨라 4세의 끝부분에서 할 왕자는 망나니 친구 폴스타프를 내치고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을 받기 시작하고, 그 다음 작품인 헨리 5세에서는 이 변화가 얼마나 성공적이고 놀라운 것이었는지를 대주교와 주교가 입모아 칭송하는데, 그 배우들이 '폴스타프 마저도 내치시고!' 라고 하자 관객석에서는 '오, 폴스타프'하면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전작인 헨리4세에서 폴스타프는 익살스럽고 사랑스러운 악당역이었기에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점을 '마치 그 시대의 관객들처럼' 재현한 것이다.
영화 앞부분은 그대로, 엘리자베스 시대의 극장에서 상연되는 헨리 5세의 앞부분을 재현한다. 공연 중에 비가 쏟아져 뜨락의 관객들이 지붕이 있는 곳으로 피하느라고 소란스러운 장면까지도 복사한다. 그렇게 '연극'을 보여주던 이 영화는, 헨리가 프랑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부터 '영화'로 변신한다. 극의 서두를 장식했던 해설자가 다시 한 번 말한다. <상상력을 발휘하십시오> 그러자, 무대는 실제의 바다가 되고, 함대 위가 되고, 프랑스 땅이 되는 것이다.
극적인 두 장르의 결합이지만, 재미있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실제의 그 장소'인 척 하는 '영화의' 성들 뾰족탑은 가짜 스크린인 것이 너무 티난다. 차라리, 초반의 '연극'은 비록 '이곳은 가짜 무대이니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요구하지만, 그곳 자체는 16,17세기의 영국 '극장' 그대로였는데 말이다. 게다가, 로렌스 올리비에를 비롯해 훌륭한 세익스피어 배우들이 읊는 그 '대사'의 시적인 운율은 '영화' 속에서는 너무 장황하다. 반면에, 똑같은 세익스피어의 대사가 '극장'에서 외쳐질때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짜임을 인정하는' 연극은 진짜에 더 가깝고, '진짜라고 우기는'듯한 영화는 가짜에 더 가까운 것이다.
영화 초입에 해설자 역의 배우는 '이제부터 시작될 연극을 잘 들어 주시고'라고 말하는데 오역일지도 모르지만 의미심장하다. 프랑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로렌스 올리비에의 대사는 너무나 음악적이라서 듣고 있는 동안 관객은 숨을 죽이고 높이 치솟았다가 나지막하게 속삭이고, 다시 우렁차게 외쳐지는 그의 대사에 귀를 기울이다가 딱 맞는 순간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영화의 마지막은 다시 연극무대로 돌아와 맺어지는데,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세익스피어의 대본은 역시 무대용 언어다' 라는 것이다. 시적인 운율과 익살 때문에도 그러하지만,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압축적인 갈등이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영상언어 속에서는 어쩐지 맥을 잃더라.
연극으로 처리한 앞부분이 너무 훌륭해서, 저런 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를 다 제작한 세익스피어 영상 전집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9월 14일까지 곰TV에서 무료상영합니다. 관심있는분은 보세요! >.<
TAG 세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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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패로우가 생각나는군요.
2008/07/20 22:41저도 처음에 보고 그 생각했어요. 3편 클라이맥스의 해전씬하고 비슷해 보이지 않아요?
2008/07/21 12:17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8/07/24 04:01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8/09/17 19:53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8/10/16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