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산의 삼森 라羅 만萬 상象

곤륜 崑崙 - 5

작업실/단편 2007/08/12 06:07 by 진산

9

알 수 없는 이야기요, 알 수 없는 여인이다. 여희의 방을 나올때, 이 부자를 만났다.

“딸 아이는 어떻습니까?”

그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전에는 그저 금쪽같은 딸아이에 대한 염려라고 여기고 넘어갔을 테지만, 여희의 유모가 했던 말이 귀에 아직도 삼삼하다. 근심의 그늘에 조바심이, 염려의 그림자에 초조함이 숨어 있는 것처럼만 보였다. 내일이 마지막 이야기라 했던 것을 전할까 싶었는데, 내 입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멋대로 움직였다.

“곧 괜찮아지시겠지요.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그리고는 이부자 앞을 물러나왔다. 그걸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이부자의 문 밖에서, 나는 이부자를 닮은 젊은 남자와 마주쳤다. 심부름 나가던 시비를 벽에 몰아세워놓고 희롱하던 그 사내는 이씨의 둘째 아들이었다. 나는 신경쓰지 말고 하시던 것 계속 하시지요라고 말하려는데, 시비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달아났다. 못본 체 해주고 갈 정도의 예의는 있는 나인지라 그냥 지나쳐가려 했다. 그런데, 평소에도 행실이 좋지 않다고 소문난 둘째 아들은 예의가 없었다.

“진도장. 이야기는 잘 끝나셨습니까? 제 어여쁜 누이가 낫게 되겠습니까?”

흐트러진 옷을 바로 잡을 생각도 않고 벽에 삐딱하니 기대서서 건들건들 말을 걸어왔다. 고개만 꾸뻑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데.

“한데, 제 어여쁜 누이가 낫기를 진도장께서는 바라십니까?”

나는 걸음을 멈췄다. 이 집에 오면 올수록 이씨네 가족들이 마음에 안들었지만, 그중 가장 마음에 안든 것은 이 둘째 아들 놈이다.

“형씨는 누이가 낫기를 바라시오?”

“글쎄올시다. 어떻게 보입니까?”

“글쎄올시다.”

그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뭐, 누이가 계속 자리보전을 하고 있으면 나도 이득이 없다고는 못하지요. ”

“이소저가 혼인을 하지 않으면 그 모친의 재산이 당신에게도 갑니까?”

“하하. 내가 뭐 그리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냥 단순해요. 누이에게 온 집안의 관심이 쏠려 있는 동안은 무얼 해도 눈총을 받지 않으니 지내기 좋다는 거지요. 하지만 설마하니 고작 그만한 일로 여동생이 계속 아프기를 바라겠습니까? 그러니, 부디 잘 보살펴주시지요.”

“걱정마시오. 댁의 누이는 내일이면 아마도 모든 걸 털어버리고 일어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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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2 06:07 2007/08/1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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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세 치의 바늘 끝 위에, 그리고 한 자 칼날 위에

    Tracked from 시간의 녹슨창고  삭제

    곤륜 崑崙 가스라기에 등장하는 화영의 번외편이라고나 할까. 간만에 정말로 맛있는 특별식을 맛 본 기분. 배불배불. "위선과 애욕, 미움과 가증 모두 삼라가 살아있는 세계라는 증거다..

    2007/08/1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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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얼음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잘 봤습니다. 하마터면 1부만 보고 말뻔 했네요.

    2007/08/12 18:14
  2. 여랑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너무 멋집니다..ㅜ.ㅜ
    근데 이거 그냥 단편이 아니라 수니랑 연관된 이야기인 것 같은데..아닌가요?
    그럼 수니는 언제 나오나요? ㅇㅅㅇ

    2007/08/13 17:08
  3. 여형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07/08/14 17:13
  4. 항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아 >ㅅ</

    2007/08/14 19:14
  5. lyzch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잘 읽고 갑니다. 모종의 작업하시느라, 레이드하시느라 바쁘시다 들었기에 이런 주옥같은 단편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런 성은이 망극할데가ㅠ
    사실 아까 낮에 읽었었는데, 읽고 좀 먹먹한 기분에 댓글을 미처 못 달았어요. 다 읽고 나니 마치 꿈을 꾼것처럼 몽롱한 기분이 듭니다. 짧고 간결한 문장에서는 여전히 삼라만상은 생생하게 살아 있네요. 몇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저는.
    + 괜스레 가스라기 모니터링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ㅠ

    2007/08/14 23:16
  6. 세이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멍...
    간만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꾸벅.

    2007/08/17 14:42
  7. 스빈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분의 소설을 늘 잘읽고 있는 독자로 좌백님이 진산님의 단편을 부러워 하는지

    진산님의 단편을 처음 보는 저는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네요.

    가슴에 싸하고 남는 전율과 여운이 모니터에서 눈을 뗄수가 없게 하네요..


    여하튼 잘 읽었습니다.

    2007/09/20 21:56
  8. elin nordegren nude pic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의 위치를 방문한 즐기는!

    2007/10/18 02:49
  9. friend quiz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심을 끌. 너가 동일할 좋을 지점을 다시 배치할 것 을 나는 희망한다.

    2008/03/13 05:47
  10. girl in showe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대한 위치 축하!경이롭 위치!

    2008/03/13 06:37
  11. bondage lesbian matur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구는 너의 위치의 현재 팬이 되었다!

    2008/03/1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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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3/13 08:10
  13. kaitlin cullu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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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3/1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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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위치는 유익한뿐 아니라 재미있는다!

    2008/03/14 04:01
  15. amateur karups tee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감사 우수한 위치! 나는 너의 웹사이트를 사랑한다!

    2008/03/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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